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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 마을서재 느루/느루아카이브

인문적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2014)

마을서재 느루 공간

인문적 삶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작은도서관
특집-작은도서관과 인문학프로그램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느루의 키워드는 ‘청소년’과 ‘인문학’이다. 바쁜 청소년과 무겁게만 느껴지는 인문학을 어떻게 함께 담을지 고민의 시간은 길었다. ‘가좌동에는 청소년 공간이 꼭 필요하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인문학과 결합해서 고민을 하고 있는가, 인문학이라는 말을 꼭 붙여야 하는가. 인문학은 불안한 시대를 가로지르는 유행에 지나지 않을까. 또 접근하기에 너무 무겁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다.
가좌동에는 열 개의 학교(초등4, 중등4, 고등2)가 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청소년 공간이라고는 달랑 농구장 하나 뿐이었다. 그 외에 아이들이 갈 곳은 없었다. 그래서 청소년 공간의 필요성은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유의미하다. 그리고 인문학. 왜 우리는 사람과 삶의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청소년 공간을 만들면서만의 고민은 아니었다. 마을에서 이웃들이 더불어 살면서 푸른샘도서관이라는 공유공간을 만들고 여러 가지 상상과 꿈을 꾸면서 종종 수다를 떨었는데 아이들 교육문제에 대해서 가장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의 성장에 유익한 무엇인가를 얻기 원했고, 어떻게 하면 월등한 아이로 자라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그러나 참새가 방앗간에 모이듯 아이들이 도서관에 오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엄마들의 태도는 느긋해졌다. 그리고 당사자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함께 마을일을 해나가는 동네모임에서도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그런 일들을 해나가는데 집중했다.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느루가 만들어진 과정도 그런 삶의 결 속에서 이루어졌다. 인문적 삶에 대한 고민을 담은 도서관을 만들었기에 처음엔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차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청소년들과 소통하며 만들지 않은 인문학프로그램은 그만큼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느루는 필요에 의한 학습, 자발적인 학습을 근본으로 하여 지역사회 안에서 늘 소통하면서 느릿느릿 일들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인문학프로그램 기획, ‘어떻게 살 것인가’
인문학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다룬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고민 속에서 프로그램이 나와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느루는 인문학프로그램 기획에 있어 그동안 시간을 보내면서 만들어진 풍토와 몇 가지 흐름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중요한 요소는 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는 것이다. 즉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전에 주민들이 어떠한 욕구를 가지고 있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구체화된 조사가 필요하다. 느루는 공식적인 의견이 나오는 장으로 청소년운영위원회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청소년운영위원회에서는 자발적인 회의를 통해 스스로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다. 예를 들면 방학에는 해마다 내용을 달리하여 캠프를 진행하는 것이다. 농활캠프, 도서관에서 놀아보자 인문학캠프, 영화캠프 등을 통해 동네친구나 농촌 사람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교류가 이루어진다. 또한 느루에 느슨하게 묶인 운영단위에서도 인문학프로그램을 제안하는데 가끔 인천의 근대 개항장, 대구 중구 진골목, 수원화성 등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동네어른과 청소년들이 어우러져 길을 나서기도 한다. 이 두 개 단위는 항상 소통을 하면서 천천히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즉, ‘이러한 프로그램을 주최측에서 만들었으니 오시오’라는 방식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가능하면 소통하면서 필요를 알게 되고 필요에 의해서 함께 만들고 참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작은도서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두 번째, 느루는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느루는 마을의 학교, 주민자치센터, 지역아동센터 등과 네트워크가 되어 있다. 이미 10년 넘게 마을에서 작은도서관을 거점으로 활동을 해온 결과물이다. 주로 중·고등학교와 연계하여 일상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현재는 느루의 바로 앞에 있는 가좌고등학교와 3년째 ‘지역사회 연계 동아리활동’을 하고 있다. 즉 재능이 있는 마을주민과 동아리활동을 원하는 아이들을 만나게 해서 1년 동안 함께 활동하는 것이다. 이 활동은 지역 주민들과 청소년들이 만나는 참 좋은 장이 되고 있다. 이 또한 마을도서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인문학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고민
느루는 청소년 공간이다. 4년째 운영하면서 지역사회와 연계한 일상적인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토요일마다 지역의 고등학생 20여 명과 하는 ‘영화토론’을 비롯해 청소년들과 동아리활동을 일곱 개 정도 하고 있다. 마을에 야생화자수를 잘 놓는 어머니와 함께하는 ‘야생화자수 동아리’, 300년 된 고택 어르신과 함께하는 ‘논어공부’, 호봉산을 함께 오르는 ‘숲기행’ 등 모두 지역사회 어른들과 함께하는 동아리활동이다.
인문학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몇 가지 고민을 나누어보자면 첫째, 인문학프로그램은 일상성이 있어야 한다. 강좌식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강좌에 참여하는 사람들끼리 주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통이 일어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좋다. 인문학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프로그램을 재생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마을에서의 인문학은 일상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관계의 인문학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것이 소모임으로 연결되면 좋겠다. 그리고 그동안 동네 안에서 어른들의 재능과 청소년을 잇던 일들을 더 확장해서 올해부터는 ‘우리동네 문화복덕방’이라는 활동을 시작했다. ‘이어주는’ 장소로서의 복덕방은 시시콜콜하면서도 매력적이다. 느루는 지역사회를 잇는 과정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를 염두에 두면서 동네에서 사람과 사람을 ‘잇는’ 복덕방을 시작했다. 이렇게 만난 사람들은 살아있는 책, 살아있는 도서관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일상성과 관계성에 주목하면서 인문학프로그램이 구성되어야 한다.
둘째는 인문학프로그램 참여자들이 공동의 자리를 가질 수 있는 현장의 인문학프로그램을 계절별로 잡기를 권하고 싶다. 주로 프로그램 진행과정에서 나온 현장, 역사, 도시, 사람을 만나고 인사하는 시간으로 생각하면 된다. 많은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길 위의 인문학’과 비슷한 성격이지만 인문학프로그램으로만 결정되고, 진행되고, 마치는 것이 아닌 일상적인 인문학프로그램의 중간공유회 정도라고 볼 수 있다. 현장을 밟으면서 마을의 아이, 청소년, 어른들은 서로를 자세히 알게 되고 공감대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처럼 인문학프로그램은 강좌식으로 마치는 것이 아닌 인간관계로 이어지는 구성이어야 할 것이다.
홍보는 어떻게 할까?
작은도서관이기에 별도로 홍보할 일이 많지 않다. 간단한 웹자보와 현수막은 가장 기본적인 홍보에 속한다. 느루는 청소년프로그램의 경우, 학교와 연계를 하고 있으므로 담당 선생님께 홍보자료를 보내거나 아예 기획 자체를 학교와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학교가 대신 홍보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때로는 가정통신문을 보내 느루의 신뢰가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소년운영위원회 또한 홍보역할을 톡톡히 한다. 모두 다른 학교에 다니지만 동네아이들이다보니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는 경우도 많다. 동네아이들은 한번 느루와 친구가 되면 자주 공간을 활용하게 된다. 느루를 드나드는 아이들이 늘어날수록 홍보는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지역사회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에서 홍보하는 것이 전부다. 그러나 실제로 인문학프로그램 기획에 참여한 동네사람들은 첫 번째 참여자며 홍보자의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관계 속에서 사람이 모이고 일이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느루는 느리지만 정성껏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필요에 의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느루 / 2014-10-01 08:42 아침독서운동-책읽는 사람이 행복합니다 (morningread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