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조금 늦더라도 우리 마을 우리 손으로

풀뿌리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골목길 마을사람들의 일상 생활을 담는 주민자치센터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웃 간의 정을 느끼며 소통하고, 마을 의제를 발굴하면서 실천할 수 있는 도시공동체를 형성하는 곳이 주민자치센터이기 때문이다. 전국의 모든 동사무소에는 주민자치센터가 있다. 상당수 주민자치센터는 관 주도의 획일적 형식으로 취미·문화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6819가구의 2만1048명이 살고 있는 인천 서구 가좌 2동 주민자치센터도 외형상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곳은 주민들이 ‘주인 의식’을 갖고 스스로 참여해 마을공동체를 이끌어가고 있다.

목재단지와 아파트 등으로 구성된 가좌 2동은 공기가 안 좋아 이사가는 비율이 높은 곳이다. 평범했던 가좌 2동 주민자치센터가 마을만들기에 나선 것은 2003년 젊은층을 영입하는 등 개방형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하면서부터이다. 마을만들기 사업을 통해 주민 참여와 미래세대에게 지속가능한 마을을 이어주고 물려주기로 한 것이다.

 

가좌 2동 주민자치센터의 구심점은 3층에 위치한 ‘푸른샘 어린이도서관’이다. 주민자치센터는 설문조사를 해 주민 99%가 “어린이 걸음으로 5분안에 갈 수 있는 도서관 설립을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벤치마킹을 통해 넓고 크고, 조용한 도서관보다는 규모가 작더라도 집에서 책을 보는 것처럼 안락한 환경으로 꾸미기로 머리를 맞댔다.

곧바로 서구에 예산 지원을 통해 설립할 수도 있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더디 가더라도 주민들이 참여해 함께 만들자는 생각으로 1년 이상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05년 개관했다. 도서 7800권 중 상당수도 주민들이 기증한 것이다.

과정은 느리고 지난했지만 도서관은 어린이와 엄마들의 소통 공간이 됐다. 엄마들은 자원봉사조직인 ‘샘’을 만들어 도서관을 직접 운영하고 ‘우리동네 생태체험’ 등 다양한 어린이 캠프와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는 2004년부터 마을주민들의 의사 소통의 끈으로 소식지인 ‘가좌동사람들’도 발행하고 있다. 전문가가 아닌 주민 스스로 동네 구석구석의 소식을 전한다.

주민자치센터는 주민들이 이주하지 않고 오랫동안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를 전개해 10년 동안 주민들과 함께 할 마을의제 7개를 선정, 실천하고 있다. 문화·예술이 숨쉬는 마을, 어려운 이웃과 소통하는 마을, 나무와 풀·사람이 어우러지는 마을, 주민토론의 광장이 있는 마을, 평생교육이 가능한 마을, 어린이 체험학습이 지속되는 마을, 재래시장을 보호 육성하는 마을 등이다.

이부종 주민자치위원장은 “가좌 2동은 더디 가더라도 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2011년 7월>

Posted by 이혜경 봄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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